“자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병상에서 인권을 말하는 한 선구자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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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준비하는 운영위원회 간담회가 4월 4일 오후 3시, 인천 강화에서 열렸다. 올해 자유주간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장들과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 특별한 회의는 단순한 실무점검을 넘어,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과의 조우로 깊은 감동을 안겼다.
자리를 마련한 이는 자유북한방송의 창립자이자, 북한자유주간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해 온 김성민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소리를 전파하며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고발해 온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다. 하지만 지금 그는 8년간의 암투병 끝에 병원으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최근에는 항암치료마저 중단되었고, 현재는 일산의 한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준비 중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김 이사장은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오랜 세월 인권활동의 길을 걸어온 동료들에게 직접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의 초청에 응한 겨레얼통일연대 실무진과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권단체 운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유와 생명을 위한 투쟁의 여정은 그 자체로 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김성민 이사장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진실을 위해 싸워왔다. 그의 노고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인권 네트워크를 결집시키는 촉매제가 되었고, 오늘날의 북한자유주간이 세계적인 인권캠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그러나 여전히 강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행사와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영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그는 베를린과 브뤼셀에서 열릴 유럽 국제행사에 대한 추진 상황을 묻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김 이사장이 마련한 강화도의 토종닭백숙 한 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지막까지 '함께'라는 가치를 붙드는 한 인권운동가의 소박하고 숭고한 연대의 표현이었다. 식사 후, 참석자들은 조용히 작별을 고하며, 그의 여정이 조금이라도 더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현재 북한자유주간 운영위원회는 베를린과 브뤼셀에서 열릴 국제포럼 개최를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NGO 및 인권단체들과의 공동행사를 앞두고 모금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김성민 이사장이 생애를 걸고 이끌어 온 자유의 외침은 이제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하는 하나의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가 병상에서까지 이어가는 인권의 외침은 분명히 말한다.
“자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장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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