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 진심과 눈물로 준비되는 유럽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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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8일부터 독일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제22회 북한자유주간 유럽행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지막 준비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관을 맡은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는 현재 「정치범수감자 증언기록보고서」(국·영문 인쇄본)와 인권사진전, 공동선언문, 각 증언자의 개별 청원서 및 행사 홍보물과 현수막 인쇄 작업을 동시에 마무리 중이다.
이번 제22회 행사는 단순한 북한인권행사가 아니다.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사라진 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한, 생명을 건 증언의 장이며, 유럽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북한자유주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행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 진정한 메시지를 위한 국제연대의 실험
지난 5월 23일에는 제22회 북한자유주간조직위원회 화상 회의가 열려 수잔 솔티 대회장, 장세율 조직위원장, 유럽의 북한자유연합 부대표 등 30여 명이 참가해 최종 조율을 마쳤다. 이어 5월의 마지막 주에는 독일 NGO ‘SARAM’,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베를린지회, 벨기에 분회장 및 한인회 대표들과의 연이은 회의가 열려 구체적인 행사일정을 점검했다.
수잔 솔티 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유주간행사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유럽의 청년세대가 주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기반의 e-북 콘텐츠와 같은 정보 전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세율 조직위원장은 “현재 독일의 NGO ‘사람(SARAM)’과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북한인권 콘텐츠를 배포할 예정이며, 유럽 내 NGO 및 청년 인권단체들과의 디지털 인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가야 한다” — 증언자들의 고통 속 헌신과 눈물의 선택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인권피해 증언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책임지는 자영업자나 구직 중인 탈북민들이다. 특히 5세에서 12세 자녀를 돌보는 탈북여성 3명은 “가게를 비우는 것도 어렵고, 무엇보다 어린 자녀를 남에게 맡기고 떠나는 일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만큼은 사라진 내 가족을 위해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종된 딸의 사연을 안고 가는 한 탈북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딸을 마지막으로 본 지 18년입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엄마가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걸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럽으로 갑니다. 이번만큼은, 그냥 울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이번 대표단에는 중국의 강제북송으로 자식을 잃은 탈북여성 2명, 북한의 비밀누설혐의에 따른 실종 증언자 4명, 종교가족 실종피해 증언자 1명, 강제북송 피해자 2명 등 9명의 증언자들과 4명의 탈북민 인권단체 대표들이 참가한다.
북한 정치범 70인의 기록, 유럽의회에 전달될 '진실의 문서'
이번 행사에서는 북한정권에 의해 강제실종된 정치범 70인의 실명과 생애를 기록한 『정치범수감자 증언기록보고서』가 공개된다. 해당 보고서는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기준에 따라 구성되었으며, 강제실종·고문·가족 연좌제 등 국제법상 반인도범죄 사례들을 고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등 170개 북한인권단체가 공동 채택한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선언문」, 증언자들의 "청원서" 등과 함께 유럽의회, 독일 연방의회, 인권시민단체들에 전달될 예정이다.
“진정성과 연대, 그리고 기억의 힘으로”
북한인권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비록 크지 않지만, 단단하고 치열하다. 수많은 증언자들의 말처럼 이번 행사는 ‘화려한 장식보다 진실을 담은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자리다.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는 행사 홍보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번 유럽행사는 성대하고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화려함보다 깊은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사라진 이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국제사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도록 진실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이 싸움은 권력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찾고,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이기 위한 고통의 증언이자, 침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다짐입니다.”
2025년 6월 2일 |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 보도자료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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