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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난하지만 강하다”는 자기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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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 표현하자, 북한 정권은 발끈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리 틀린 말로 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김정은에게는 자존심을 건드린 치명적인 모욕이었던 것이다. 북한이 집착하는 건 바로 강대국의 위상이다. 가난하다는 말 한마디가 체제의 무능과 허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 훈춘에서 만난 북한 근로자들은 대통령 발언에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가난한 것 같지만 강하다는 표현이 더 맞다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국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한국을 부유하지만 멍청하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 말 속에는 북한 주민들의 진심과 상처가 뒤섞여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자유도 없지만, 최소한 우리는 약하지 않다는 위안이라도 붙잡아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체제가 심어준 자존심이자, 생존을 위한 자기 최면이다. 그러나 자부심만으로 배고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현실은 그들에게 여전히 가혹하다.

이 발언 논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권의 허세와 주민들의 자기 위안 사이에서 진실을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강하다는 자기 위안이 아니라, 자유와 풍요, 그리고 인간다운 삶이다. 우리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을 때, 한반도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겨레얼통일연대 장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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