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공항 노숙예배 – 제22회 북한자유주간의 서막]

본문
2025년 6월 7일, 토요일 새벽. 인천공항.
13명의 대표단은 말없이 캐리어를 붙잡은 채 서 있었다.
“이번엔 유럽이다.” 누군가는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비행기가 아니라 거의 ‘자유의 방주’에 탑승하는
듯한 마음이었다.
좁은 좌석, 없는 모니터, 유료 커피.
기내 영화는커녕 안전벨트 사운드조차 무료라는 게 감사할 지경.
대표단은 핸드폰을 쳐다보거나 여성 대표님들은 '핫한 수다’에
돌입했다.
수다 주제는 다양했다.
북한, 김치, 대통령, 탈북루트, 그리고…
“저기 승무원, 잘생긴 거 맞지 않아요?”
14시간 비행 끝, 도착! 푸랑크푸르트!
독일은 이 도시를 '과학의 도시', ‘질서의 도시’라 부른다지만, 이날 우리에게 푸랑크푸르트는 ‘노숙자의 자유도시’가
되었다.
우리는 베를린행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했으나—
갑작스런 ‘캐리어 중량 초과’ 문제 발생, 예약번호 "확인불가"라는일이 터졌다.
“우리는 북한인권 대표단입니다.”
“NEIN. 규정은 규정입니다.”
뒤늦게 실무자가 달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KGB 출신으로 환생한 듯한 우직한 독일 항공사 직원들의 잘못된 원칙주의로, 우리는 결국 베를린행 비행기를 놓쳤다.
그날 밤, 9명의 대표단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야전 숙박을 감행했다.
배광민 대표의 노숙 지휘는 압권이었다.
“명당은 내가 압니다.”
☑️ 화장실 인접
☑️ 24시간 슈퍼
앞
☑️ 공항 와이파이
빵빵
☑️ 바람 없음 + 의자 많음
그는 북한에서 ‘생존’이 직업이었던 사람. 그날 밤, 우리는 살아 있었다.
“주님을 간절히 섬긴 밤”
“인천공항에서 기도를 못 드리고 떠난 것이 마음에 남습니다. 지금이라도 하나님께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공항 한켠, 노숙의 명당자리에 마련된 즉석 예배당!
주경배 목사님의 기도, 모두의 간절함이 담긴 기도문이 합창으로 낭독되었다.
[제22회 북한자유주간행사 기념예배 기도문]
“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 주님의 형상을 따라”
[사랑과 정의의 하나님,
진리로 이끄시는 거룩하신 하나님,
오늘 이 땅, 유럽 대륙의 심장에서
저희는 잊혀진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대신하여 간절히 주님 앞에 무릎 꿇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지금도 어둠 속에 감추어진 땅,
북녘 땅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눈물과 피 맺힌 절규가
하늘에 사무쳐 주님의 심장을 울리고 있습니다.
예배의 시작에 앞서, 저희는 이곳에 먼저 무릎을 꿇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땅 속 감옥에서, 국경의
어둠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을 기억합니다.
아버지 하나님!,
이번 제 22회 북한자유주간행사를 통해
잊혀진 이름이 다시 불려지고,
사라진 존재가 다시 사람답게 기록되게 하옵소서.
이 행사가 단순한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회복하는 회개의 마당,
눈물과 증언의 제단이 되게 하소서.
주의 종들과 증언자들, 활동가들과 연대자들 위에
성령의 감동과 담대함을 부어주시고
두려움 없이 진리를 선포하게 하여주시옵소서.
특히 고통의 시간을 살아낸 탈북민들 위에
하늘의 위로와 존귀함으로 덧입혀 주셔서,
그들의 증언이 이 땅의 양심을 깨우는 하늘의 나팔이 되게 하소서.
아버지 하나님!,
이번 여정 가운데 있는 모든 일정과 만남들
유럽의회와 시민사회, 언론과 교회들 앞에서
저희의 목소리가 간절한 외침이 되게 하시고
인권의 이름으로, 복음의 이름으로,
이 땅이 북한의 자유와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게하소서.
아버지 하나님!,
저희가 하나님을 닮은 행사로 이끌게 해주시옵소서.
사람의 영광이 아닌 주님의 영광을 위한
이 한 주간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하나님!,
이제는 북한의 감옥 속에도, 숨어있는 지하교회에도,
갇힌 자의 숨결 속에도 주님의 자비를 흘려보내 주시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자유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옵소서.
우리가 외칩니다,
“사라진 그들을 주여! 기억하소서.”
그리고 우리는 약속합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 여정에서 결코 멈추지 않겠노라고.
주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우리는 베를린행 비행기를 타고, 당당히 활주로를 질주했다.
단체복은 없었지만,
‘우리는 단체다’라는 포스만큼은 독일 공항에 진동했다.
누군가의 시선은 말하듯 했다.
“이 사람들, 혹시 망명 온 정치범인가…?”
도착 직후, 강행군 돌입.
☑️ 홀로코스트 헌화
☑️ 베를린 장벽
개막행사
☑️ 한인사회와의
토크 콘서트
당일 3연타 강행군.
피곤? 아니다. 우리는 사명을 들고 왔다.
그리고 이 모든 서막을 마무리하며 남긴 한 줄 평:
“북한 인권을 외치는 이들이 독일 공항에서 노숙하며 예배를 드린 그
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증언이었다.
세상에 전할 가장 진심 어린 목소리는 언제나 가장 불편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겨레얼통일연대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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