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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탈북민 사회의 연대와 성숙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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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37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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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규정될 수 없는 공동체다. 출신 지역도, 탈북 경로도, 한국 사회에 정착한 시점도 다르고, 경험한 고통과 선택의 이유 역시 제각각이다. 이러한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이 공동체가 지닌 역사적 깊이와 현실의 복합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며 스스로를 분열의 언어로 재단해 왔다.


탈북민 사회 내부의 이념적·사회적 갈등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대북관, 정치적 입장, 시민운동의 방식, 종교와 비종교의 경계, 세대 간 인식 차이까지—이 모든 쟁점은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다양성의 한 형태다. 문제는 견해의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다. 내부를 향한 낙인과 배제는 결국 탈북민 사회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외부로부터의 연대와 지지를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획일성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북한 사회는 단 하나의 사상, 단 하나의 목소리만을 강요해 왔고, 그 결과는 침묵과 공포, 그리고 인간 존엄의 파괴였다. 그렇다면 자유를 찾아온 우리가 또 다른 형태의 획일성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자유사회에서의 연대란 생각을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탈북민 사회가 하나가 되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그것은 특정 이념이나 정치 노선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과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다. 북녘에 남겨진 가족과 형제들의 권리, 강제실종과 정치범수용소의 진실 규명, 자유의사에 따른 이동과 선택의 권리이, 이 최소한의 공통분모 위에서라면, 다양한 의견과 방식은 오히려 상호 보완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내부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는 성숙한 분업과 협력이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도 필요하고, 조용히 기록을 남기는 이도 필요하다. 제도권과 대화하는 사람도,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누구도 ‘진짜 탈북민’, ‘올바른 탈북민’을 독점할 수 없다.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름을 품지 못할 때 공동체는 취약해진다. 탈북민 사회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그 출발점은 서로를 설득하려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존중이어야 한다. 갈등을 지워버리는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성숙한 연대! 그것이 자유를 경험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이다.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장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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